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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서 배우로: 창간 27주년 맞은 '씨네21'이 주목한 신인 남자배우, 이도현을 만나다
작성자 : 관리자 2022.04.06

 

 

 

“순진함부터 장르적 섬뜩함까지, 다양한 연기 컬러를 가진 배우.” “20대 남자배우 중 가장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시리즈에서만 보여주었던 젊은 배우의 안정적인 연기를 영화에서도 보고 싶다.” 매년 <씨네21>은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트렌드를 점치는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이도현은 ‘주목할 만한 신인 남자배우’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특정 배우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업계에서 눈여겨보는 뉴 페이스의 이름 역시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모하는 시기, 이도현은 <호텔 델루나>의 청명으로 화제를 모은 2019년부터 최고의 유망주 자리를 진득하게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더 글로리>를 촬영 중이다. 자신의 롤모델이 이병헌이라고 꾸준히 고백해온 이도현은 정말로 이병헌의 길을 지향할 법한 배우다. 안정적인 발성과 발음이 주는 신뢰감, 가짜로 진짜를 표현하는 연기의 태생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치열한 분석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그렇다. 원래 운동선수를 꿈꿨던 소년의 성실함은 신인배우의 패기와 지독함으로 치환됐고, 하나에 몰두하는 그의 얼굴은 역설적이게도 나이와 시대를 초월하는 근거가 됐다. 순간적인 몰입은 아직 교복이 어울리는 앳된 소년의 얼굴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의 꼬장꼬장함이 모두 어울리게 하고, 차기작 <더 글로리>에서 맡은 역할은 실제 나이보다 많은 30대의 의사다. <호텔 델루나>의 삼국시대도, <오월의 청춘>의 1980년대도, <스위트홈>의 디스토피아도, <멜랑꼴리아>의 동시대도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에 대해 이도현은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 그런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잘생기진 않았지만 매력 있어서 내 얼굴을 좋아한다”라며 특유의 입꼬리 올라간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내려지는 평가에 수긍하다 보면 분명히 무너질 것이라며 매 순간 마음을 다잡는 배우의 비기를 인터뷰의 형태로 채집하는 건 어려운 술래잡기와 같다. 어쩌면 이도현 자신도 아직 모를, 그의 재능을 구성하는 원자를 하나씩 파헤치고 싶었다.

 

 

 

 

 

- <스위트홈> 이후 2년 만에 <씨네21>과 만났다. 그동안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멜랑꼴리아>가 방영됐고,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KBS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신인상을 받았다. 그간 받은 트로피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겠다.

 

 

 

= 돈을 열심히 모아서 부모님을 새집으로 이사시켜드렸다. 그동안 받은 트로피들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데 너무 좋아하신다. 어머니 얼굴도 많이 온화해졌다. 날 응원해주시는 팬들도 더 많아졌다. 사실 부담스럽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있다.

 

- 매년 <씨네21>에서 실시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결정권자들의 설문 조사에서 2년 연속 기대되는 신인배우 1위에 올랐다.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업계에서 왜 이렇게 관심을 갖는 것 같나.

 

 

 

= 나도 이유가 뭘까 늘 생각한다. 그런데 정답을 못 내렸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인 데다 또래 배우들의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 나는 못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누구를 보며 그렇게 감탄하나.

 

 

 

= 요즘 <사내맞선>에 나오는 (안)효섭이. 원래도 친구였다. 그렇게 자신감 있고 확실하게 연기할 수 있다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오는 남주혁 선배님도 너무 잘하신다. 훌륭한 배우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매니저나 회사 실장 형에게도 “우리 겸손해야 해. 어깨 내려~”라고 항상 말한다. (웃음) 내게 내려지는 평가를 100% 인정해버리면 내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지금은 올라가고 있는 단계이지만 언젠가 잘 내려와야 할 때가 올 거라고, 다치지 않고 잘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도 항상 하고 있다. 배우로서 오래 가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 또 업계에서 평가가 좋다는 건 기대치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웬만해서는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한숨 쉬며) 맞다. 그래서 같이 스터디하는 친구들과 대본 공부를 하면서 내가 놓치는 부분을 확인한다. 같은 대본도 배우에 따라 다르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소스를 얻는 경우가 많다. 입시 때부터 같이 연기해오던 친구, 대학 동기, 연기 학원에서 만난 형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서로 좋은 말도 매운 말도 많이 하는데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너는 연기를 왜 그렇게 해?”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다. “나는 이런 이유로 저렇게 연기했어!” “그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최대한 좋은 쪽으로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은인 같은 사람들이다. 올 초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쉬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굉장히 당황했는데, 그때도 이 친구들과 많이 만났다.

 

 

 

 

 

 

대본의 공백을 채우는 법

 

- 가장 최근에 대중과 만났던 작품은 드라마 <멜랑꼴리아>였다. 수학 천재로 보이기 위한 연기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거침없이 칠판에 풀이를 써내려가는 연기를 어설프지 않게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혹시 수식을 하나하나 이해해보려고 했나.

 

 

 

= 처음엔 상형문자 같은 수식들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야 풀이를 거침없이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 자문 선생님에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여쭤봤다. 신기하게도 집에서 혼자 풀이를 쓰다 보니 어떤 연관이 있는지 대충 알겠더라. 그래서 혼자서 이해한 수식도 몇개 있다. 그외에는 그냥 통째로 외웠다. 줄 없는 공책을 사서 계속 쓰면서 암기했다. 사실 감독님께서 연출로 예쁘게 만들어주신 거지 혼자서 감당하려고 했다면 엉망이 됐을 거다.

 

- 수학의 아름다움은 천재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편견이 있고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라 연기로 표현해내기가 정말 어려웠겠다.

 

 

 

= 직접적인 표현 대신 수식이나 눈빛으로 소통하는 연기가 정말 어려우면서도 배우에겐 또 다른 접근법이었다. 수학 언어가 ‘좋아해’라는 뜻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촬영하면서 발견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서 작품하면서 굉장히 뿌듯했다. 내가 언제 또 수식을 통한 대화를 경험해볼 수 있겠나. <멜랑꼴리아>에서 배웠던 연기를 다른 작품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시대 배경이 무척 무거운데 로맨스를 위해 가볍게 연기해도 될지 갈등이 있지는 않았나.

 

 

 

= 명희(고민시)는 동생을 구하거나 환자를 돌보려고 하는데, 희태는 명희만을 챙긴다. 둘만 있을 때는 명희를 웃게 하기 위해 능글맞은 모습도 보여준다. 리허설하면서 항상 감독님에게 “명희를 웃게 해주겠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까지 밝은 모습을 보여줘도 되느냐”고 질문했다. 그런데 희태는 광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표현을 안 하려고 했던 거다. 슬퍼하는 사람에게 나 또한 슬프다는 감정으로만 다가서면 좋아하는 사람이 기운을 낼 수 없다. 희태가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이유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접근했다.

 

- 공교롭게도 긴 세월의 서사를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호텔 델루나>의 청명은 반딧불이가 되어 천년 넘게 만월(이지은)의 곁을 지켰고, <18 어게인>에서는 젊은 시절과 젊은 시절 외모로 돌아간 중년 남성의 서사를 번갈아 연기했다. <오월의 청춘>은 5·18 이후 수개월이 지났을 때 그동안 이 남자에게 벌어졌을 일을 짐작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했다. <멜랑꼴리아>도 고등학생과 성인 사이 4년의 공백이 있다.

 

 

 

= 항상 기다린다. 애절하게 혼자서. (웃음) 대본에 써 있지 않은 공백을 내가 메워야 하다 보니 혼자서 서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내 역할인데 내가 채우지 않으면 누가 채우겠나. 그러다보니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명희를 잃고 바닷가에서 따라 죽으려고 했을 때, 결국에 죽지 못하고 파도에 떠밀려왔을 때, 배는 고프니까 밥 먹으러 식당에 가도 잘 넘어가지 않았을 때,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는 거다. <멜랑꼴리아> 때도 고등학생 승유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상상을 많이 했다. 그 내용을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공책에 적어두는 것이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포스트잇을 여러 장 사놓고 생각날 때마다 집에 붙여놨는데, 하나 안 좋은 점은 친구들이 놀러오면 놀린다. “오버하네~ (열심히 하고 있다고) 티내냐?” (폭소)

 

-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한 후 이를 투영한 표정과 말투, 행동은 어떻게 도출하나.

 

 

 

=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팀과 캐릭터 연구 회의를 많이 한다. 이런 감정선이라면 어떤 머리와 옷이 적합할까? 보통 사람을 판단할 때 외형을 보면서 말투와 걸음걸이가 어떨지 추측하지 않나. 겉모습이 정해지면 거기서부터 행동과 말투가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연기한 캐릭터들이 대체로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18 어게인>에서는 어머니의 죽음에 얽 힌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고, <오월의 청춘>에서는 아버지가 5·18민주화운동의 가해자였다. <멜랑꼴리아>에서는 수학 천재 아들에게 집착하는 부모를 만났다. 가족에 관한 결핍이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던가.

 

 

 

= 캐릭터를 고민할 때 배우에게 좋은 소스가 된다. 그리고 친구와 부모는 다르다. 친구에게 폭력을 당했다면 무서워서 기피한다거나 이를 갈고 복수를 준비할 텐데,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복수까지는 가지 못한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 못하고, 표현하고 싶지 않은데 표현될 때도 많다.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뵀다가 나도 모르게 뱉어서는 안되는 말을 하게 되는 것도 부모자식간의 관계 같다. 상대가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과 행동을 생각하게 된다.

 

- 김하늘, 임수정, 송혜교 등 유독 연상의 여성배우들과 계속 호흡을 맞춘다는 인상이 있다. 한창 현장에서 연기를 배우는 신인이 주로 만난 사람이 또래인지, 선배 남자배우인지 혹은 여자배우인지에 따라 받는 영향이 조금씩 다를 것 같은데.

 

 

 

= 내가 만났던 선배님들은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해 리허설을 한다. 매체 연기를 하기 전에는 리허설은 힘을 조금 빼고 가볍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선배님들은 100%로 연기한다. 그런데 그 태도가 맞다. 그래서 깊이 반성했다. 리허설을 제대로 해야 촬영감독님과 조명감독님, 연출감독님이 어떤 구도로 세팅하고 연출할지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연극 공연처럼 그 자리에서 보여드려야 하는 게 맞다. 쉽지 않지만 지금은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한다.

- <스위트홈>과 <오월의 청춘>에서 의대생, <멜랑꼴리아>에서는 수학 천재였다. 잘생겼는데 여자한테 인기도 많고 머리도 좋을 수 있다는 판타지에 현실감을 불어넣으려고 할 때 창작자들이 이도현을 떠올리는 걸까.

 

 

 

= 그렇게 똑똑하게 생긴 얼굴은 아닌데, 모르겠다. 신기한 건 옛날엔 운동선수 역을 주로 했다. 뭔가 하나에 확실하게 치우쳐 있는 캐릭터가 공통점이 될 순 있겠다. 공부는 잘하는데 다른 건 엉망이라거나, 운동은 잘하는데 다른 건 엉망인 캐릭터. 뭔가에 집중했을 때 얼굴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나?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나는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근데 다 잘하는 역할을 맡아도 너무 힘들지 않을까? 사람은 뭔가 빈틈이 있어야 매력이 있지. 혹시 내가 고지식해 보이는 걸까?

 

- 연상의 배우들과 자주 만난 건 어쩌면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이는 면이 있어서일지도.

 

 

 

= 또래 친구들과 있을 때는 엄청 까불기도 하는데! 하지만 애늙은이라든지 소위 ‘꼰대’라는 말도 듣긴 한다. “저 사람은 왜 인사 안 하지? 사람을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게 예의지!”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이 “요즘은 그런 소리 하면 안돼. 세상이 바뀌었어”라고 한다. (웃음)

 

- 이도현의 로맨스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것 같다. 이상적인 ‘남자 친구’의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닮았다고 하는 캐릭터도 <주토피아>에서 주디와 엄청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닉’ 아닌가. 시청자가 연애 대상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연기는 뭘까.

 

 

 

= 그런데 정작 나는 설렘을 의도한 장면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 슛 들어가기 전에 대화를 많이 한다. 시청자들이 보는 건 상대배우, 촬영감독님, 연출감독님과 상의한 결과다. 오히려 연애를 안 하고 있어서 느낌이 안 산다며 장난스럽게 혼날 때도 있었다. <멜랑꼴리아> 때 의자를 끌어당겨서 (임)수정이 누나와 셀카를 찍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리허설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했던 감독님이 “도현아! 나와봐! 그러니까 연애를 하라니까!”라고 했다. 그때 멘탈이 완전히 나갔다. 심지어 그 광경이 메이킹 필름에 담겨 많은 사람들이 보기까지 했다. (웃음) 그때 사람이 연애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 말은 그렇게 해도 능글맞은 연기가 이른바 불쾌한 플러팅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선을 굉장히 잘 지키는 배우다.

 

 

 

= 음, 사실 그 단어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다. ‘이런 행동은 플러팅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연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마인드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선을 넘어 안 좋게 보였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선배님들이나 (고)민시가 리액션을 잘해줘서 좋게 보인 면이 크다.

 

 

 

 

 

 

올해의 첫 번째 소망은 ‘영화’

 

- 연기과를 지망하기 전에는 원래 운동을 했다. 규칙적인 훈련과 규율에 따라야 하는 세계에서 좀더 자유로운 발상과 신체의 이완을 권장하는 연기로 방향을 튼 셈이다.

 

 

 

=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과 떨어져 나만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혼자만 덩그러니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래서 1학년 초에는 친구도 없었다. 우연히 농구를 취미로 했던 친구와 가까워지면서 2학년 때까지 학교엔 농구만 하러 갔다. 부모님이 강제로 학원에 보냈지만 공부는 재미가 없었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부모님께 사달라고 한 전자수첩으로 영화를 보곤 했는데(웃음), 그때 김래원 선배님의 <해바라기>를 봤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꿈을 꾼 건 아니었고, 그냥 이런 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막연하게 싹텄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아버지 몰래 연기학원에 등록했는데 그곳에서 열린 사고와 자유, 정답 없는 표현에 흥미를 느꼈다.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대학로에서 <택시 드리벌> 공연을 할 수 있었고, 고등학생 때 30대인 주인공 덕배를 연기했다. MBTI 검사를 하면 매번 다르게 나올 정도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규칙적인 운동도 자유로운 연기도 전부 좋았다.

 

- 연기과에 진학하고 싶은 것과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것, 배우라는 의식을 갖게 된 순간이 조금씩 달랐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과에 간 건 아니었다.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했고 연극영화과를 지망했다. 대학에서 공연을 한두편씩 하다 보니 내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계속 떠올리게 됐다. 영화를 보고 시작한 일이니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단편영화 오디션에 계속 지원했다. 고등학생들이 만든 <오늘보다 내일 더>는 페이를 안 받고 찍었다. 돌리로 찍어야 할 신을 수레 위에 삼각대 놓고 찍기도 하고, 쇼핑 카트에 올라가서 찍기도 하고, 그 나이에 그렇게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놀랍고 그 친구들에게 고맙다. 상업쪽으로 발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다가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내가 ‘배우’라는 생각이 든 건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도현입니다”라고 인사하는데 너무 어색한 거다.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나? 한창 혼란스러울 때는 그냥 이름만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입 밖으로 내뱉어야 책임감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배우라고 스스로를 인지하며 자신을 소개하게 됐다.

 

- 그동안 다양한 연기 수업을 거쳤는데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됐나.

 

 

 

= 많은 분들이 내 장점으로 발성과 딕션을 언급해주신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훈련하고 있는 부분이다. 발음과 발성 같은 기본기는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대학교에서는 캐릭터 분석이나 연출 수업을 더 많이 듣기 때문에 혼자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한창 승부욕을 갖고 운동했을 때처럼 코르크 마개를 입에 물고 살면서 연습했다. 현장 경험도 중요하다. 친한 형들은 현장에서 스탭으로 일하기도 하는데 나는 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일상생활의 모든 것 또한 현장 경험이 될 수 있다. 주변에 꽃꽂이를 하는 형도 위스키 바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는데 나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어서 때론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연기는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나는 직접 겪지 못하니까 간접적으로나마 전달받고 싶은 거다.

 

-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본능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을 보면 부럽지 않나.

 

 

 

= 당연히 부럽지. 어쩌면 저렇게 날것처럼 느껴지는 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 그런데 비하인드를 들어보면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분도, 다 계산해서 한 연기라고 하는 분도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계산하고 분석해서 연기했지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 자신에게 맞는 연기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었겠다.

 

 

 

= 고등학생 때 스타니슬라프스키의 메소드 연기를 배운 후 굉장히 취해 살았다. “나는 이 인물로 살아야 해!” (웃음) 대학교에서 깨졌다. 첫 주인공을 맡은 공연에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너무 메소드 연기를 고집하다가 크게 실패한 거다. 그래도 수업 듣고 다른 연극 준비도 하면서 바쁘게 살다 보니 학교 다닐 땐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다. 오히려 <18 어게인>을 찍을 때 많이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유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려운이나 (노)정의를 보면 내 자식 같다. 어떤 순간에는 메소드적으로 다가가되 연기가 끝났을 때는 잘 빠져나와서 내 인생을 잘 살아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 이도현은 배우, 임동현(이도현의 본명)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친구로 나눠서 생활하려고 한다. 캠핑도 많이 다니고 설 연휴에는 가을이(반려견 이름)와 함께 부산 여행을 갔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생네컷 사진도 부산에서 찍은 거다.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 7시간 동안 운전하느라 너무 힘들긴 했지만. (웃음)

 

- 2022년 소망 첫 번째로 ‘영화 촬영하기’를 언급했더라. 영화 작업에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나.

 

 

 

= 드라마는 1회당 60분 넘는 에피소드를 16부작으로 이어가는 작업이라면, 영화는 2시간 러닝타임 안에 내용을 다 담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영화 현장이 너무 궁금하다. 영화를 경험한 친구들이 말하길 촬영 방식도 쓰는 장비도 다르다던데 듣기만 하니까 상상이 잘 안 간다. 친한 형이 최근에 <해적: 도깨비 깃발>에 출연했는데 “어디서 찍은 거야? 세트야? 세트에 저렇게 큰 배를 만들었어?” 하고 계속 물어봤다. 콘티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서 콘티에 없는 것들을 찍지 않는다던데, 드라마는 현장에서 바뀌는 사항이 많다 보니 무엇을 찍어야 할지 잘 모를 때도 많다. 이런 차이도 궁금하다. 시사회도 꼭 해보고 싶다. 영화관에 가면 꼭 영화 끝나고 무대 앞에 한번 서서 객석을 보고 온다. ‘언젠가 내가 여기 서서 인사를 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날이 분명히 오겠지?’ 하고 감정에 젖어서 나온다. (웃음)

 

- 군대 가서 100kg까지 찌워보고 싶다고 했더라. 굳이, 도대체 왜? (웃음)

 

 

 

= 아, 내가 살을 찌우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나? (웃음) 살면서 80kg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현장에서 “도현씨는 살이 찌면 어떻게 돼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캐릭터 때문에 살을 찌워보려고 했는데, 내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체중을 늘리면 도박이 되지 않나. 그래서 내 몸이 체중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래야 다양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 내가 체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나. 주변에서는 그렇게 한번 살을 찌우면 감량할 때 힘들 거라고 한다.

 

- 키도 크니까(182cm) 미식축구 선수처럼 근육으로 증량하면 근사할지도.

 

 

 

= 그건 좀 멋있겠다. 100kg까지 찌운 후 운동하면서 빼고, 80kg대 후반에서 90kg대 초반쯤 됐을 때 ‘몸짱’이 됐으면 좋겠다. (웃음)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